기후변화에 속수무책?…녹아버린 골프장 잔디, 人災일까 天災일까

입력 2023-09-10 18:31   수정 2023-09-11 00:21


10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 한국 남녀 골프대회를 대표하는 이들 메이저급 대회는 올해 큰 홍역을 치렀다. 두 대회가 열린 인천 클럽72 오션코스(신한동해오픈)와 블랙스톤 이천(KB금융 스타챔피언십)의 잔디 상태가 대회를 치를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잔디가 아니라 흙바닥이 드러난 페어웨이는 중계 화면에 그대로 나타났다.

선수들은 “코스 상태만 보면 메이저급 대회는커녕 아시안투어 대회의 중간 정도도 안 된다”고 혹평했다. 블랙스톤 이천 관계자가 KB금융그룹 측에 “최상의 코스를 제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이들 골프장의 잔디 상태가 나빴던 이유는 양잔디와 무더위로 요약된다. 블랙스톤 이천의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가 심겨 있다. 클럽72 오션코스는 페어웨이에 벤트그래스, 러프에는 켄터키가 식재됐다. 켄터키와 벤트는 더위에는 극도로 약한 ‘한지형’ 종이다. 그래서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이들 양잔디는 여름에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한다.

올여름 잦은 비와 무더위로 양잔디가 깔린 골프장들은 평년보다 더 큰 곤욕을 치렀다.

한 골프장 대표는 “올해 폭우가 오고 해가 내리쬐는 사이클이 여느 해보다 훨씬 잦았다”며 “이렇게 되면 잔디 밑으로 스며든 물이 더위 때문에 소위 ‘끓게’ 된다. 한마디로 잔디에 물을 부어놓고 데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이었다는 얘기다. 페어웨이에 양잔디를 심은 몇몇 골프장은 중지(한국잔디)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관리 부실이 더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잔디학을 전공한 또 다른 골프장 대표는 “국내 골프장의 99%가 그린을 벤트로 만드는데 날씨 때문에 양잔디가 ‘녹았다’면 전국 모든 골프장 그린이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잦은 호우와 폭염을 고려하지 않고 비료를 예년처럼 많이 뿌렸다면 잔디가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잔디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영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클럽72 오션코스는 신한동해오픈 직전인 지난 4일까지 내장객을 받았다. 이튿날부터 프로암, 연습라운드가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회 전 단 하루도 코스를 정비할 시간을 갖지 않은 것이다.

관리비용이 훨씬 비싸고 한국 기후에도 맞지 않지만 적잖은 골프장이 양잔디 페어웨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시각적 효과가 크다. 중지는 5월이 돼야 파란 싹으로 덮이는데 양잔디는 한겨울을 제외하면 사실상 1년 내내 푸른 빛을 유지한다.

한 골프장 대표는 “잎이 얇고 부드러운 양잔디를 깔면 페어웨이가 빽빽하고 부드러운 양탄자를 깐 느낌을 준다”며 “그래서 양잔디 페어웨이가 중지보다 고급이라고 생각하는 골퍼가 많다”고 전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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